About Brand

Juliette Has a Gun(이하 JHAG)은 Nina Ricci의 손자 Romano Ricci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영감을 받아 설립한 프랑스 니치 브랜드이다. 2006년에 출시된 첫 번째 향수 라인은 모두 장미향을 베이스로 갖는다. Juliette Has a Gun의 향수들은 조향사 Romano Ricci와 Francis Kurkdjian의 합작이다.


향기로 무장한 줄리엣

셰익스피어 시대의 줄리엣이 21세기에 다시 태어난다면? 너무나 여린 그녀에게는 무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조향사는 그녀에게 완벽한 무기, 향수를 쥐어주었다. 유혹의 무기이자 남성으로부터의 자유와 복수를 상징하는 총. 21세기의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비극 속 낭만적이고 철모르는 소녀를 뛰어넘었다. 어쩌면 사드의 줄리엣에게 한발 더 다가섰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너무나 짧고, 쾌락은 너무나 많으니, 줄리엣은 이제 가면 뒤에 숨지 않는다. 그녀의 무기를 마음껏 휘두르며 세상을 탐험한다. 온 몸을 향기로 감싼 그녀의 파우치 안에는 총알 모양의 스프레이 바틀이 들어있다.

Bullet Bottle
Bullet Bottle

줄리엣과 장미의 이름


O Romeo, Romeo! Wherefore art thou Romeo?

Deny thy father and refuse thy name.

(...)

O, be some other name!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word would smell as sweet.“


오, 로미오, 로미오! 왜 당신은 로미오인가요!

당신의 아버지를 잊으시고 그 이름도 버리세요!

(...)

오, 다른 이름이 되어 주세요!

이름 속에 대체 무엇이 있나요?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해도 장미는 여전히 향기로울 거예요.

                                                  

                                                      - 로미오와 줄리엣 2막 2장 줄리엣의 대사 中


JHAG의 여성향수들에는 장미향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향기로운 장미에 대한 찬가는 다채로운 변주를 거듭한다.

2006년, JHAG은 “락이 로맨스를 만나다(Rock meets romanc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Miss Charming과 Lady Vengeance를 출시했다.


Miss Charming
Miss Charming

새하얀 바틀의 Miss Charming (2006) 은 모로칸 로즈와 딸기, 리치향이 어우러진 달콤하고 로맨틱한 향을 내뿜는다. 셰익스피어 비극 속의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줄리엣이 21세기의 청소년이 된다면 즐겨 뿌릴 만한 향이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락스타를 쫓아다니지만 여전히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운명적인 사랑을 동경하는 소녀의 향. 총을 든 힛걸(Hit Girl)로 분했던 클로이 모레츠(Chloe moletz)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Kaya Scodelario
Kaya Scodelario

Miss Charming의 좀 더 반항적인 언니, Lady Vengeance (2006) 는 강렬한 이름에 비해 부드럽고 달콤한 향을 가졌다. 불가리안 로즈와 모로칸 로즈의 조화가 여성스러우면서 약간은 화려한 느낌을 주고, Iso E Super의 부드러운 우디향이 곁들여졌다. 바닐라와 패츌리가 주를 이루는 베이스 노트는 풍부한 잔향을 남긴다. 스모키 메이크업과 퇴폐적인 락시크 스타일 아래에 숨겨진 카야 스코델라리오(Kaya Scodelario)의 맨얼굴을 닮은 향.


Marlene Dietrich
Marlene Dietrich

Citizen Queen (2008)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줄리엣은 여왕이 되어 돌아왔다. 아이리스의 파우더리한 향이 성숙한 느낌을 주고, 장미향이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감을 발산한다. 패키지의 검은 벨벳처럼 부드럽게 깔리는 레더는 개성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향의 품위를 끌어올린다. 거의 살 냄새에 가까울 정도로 은근하면서도 풍부한 애니멀 노트와 알데하이드의 조합이 흐릿한 흑백영화의 느낌을 낸다. 헐리우드의 고전 흑백영화에 등장하는 팜므파탈에게서 스며 나올 법 한 향이다. 마를렌 디트리히(Marlene Dietrich)의 냉담하면서 우아한 자태를 떠오르게 하는 Citizen Queen의 향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Eva Green
Eva Green

Vengeance Extreme

Lady Vengeance가 lady를 떼고 Extreme을 더해 돌아왔다. 더 이상은 락시크를 좇는 소녀의 장난이 아니라는 듯, 강렬하고 스모키한 향이 경고처럼 남는다. 패츌리와 불가리안 로즈, 바닐라와 랍다넘 등 무게감 있는 향들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007시리즈의 본드걸 역할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에서 팜므파탈을 연기했던 에바 그린(Eva Green)의 위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향기.



Romantina (2011)

총을 잠시 내려두고 로맨스를 되찾은 줄리엣. 오렌지 블라썸, 은방울꽃, 재스민 등의 화이트 플라워와 터키쉬 로즈, 오스만투스와 아이리스의 조합이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향을 이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향 아래에서 패츌리와 베티버, 바닐라의 향이 은근한 반전처럼 나타난다.



향수가 아닌 향수, Not a Perfume


Not a Perfume
Not a Perfume

1898년,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파이프를 그린 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는 문구를 작품에 적어 넣었다. 그리고 2010년, 조향사는 “향수가 아니다” 라는 이름의 향수를 내놓았다. 마그리트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Not a Perfume이라는 이름은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와 같은 ‘소격효과’ 혹은 ‘낯설게 하기’의 효과를 갖는다. 파이프를 그렸는데 어째서 파이프가 아니지? 향수 광고인데 향수가 아니라니? 어쩌면 이러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화가와 조향사의 진짜 의도인지도 모른다.

마그리트의 그림 속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유가 필요하다. 그림 속에 ‘그려진 파이프’는 진짜 파이프와 동일시 될 수 있나? 우리는 ‘파이프’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

마찬가지로, Not a Perfume의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향수에 대한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향수’라는 것을 여러 가지 향료가 조합된 액체 화장품으로 정의한다면, Not a Perfume은 이름 그대로 향수가 아니게 된다. 다양한 향료들 대신, 단 하나의 화학향료만으로 만들어진  향수이기 때문이다. Not a Perfume은 세타록스(Cetalox)라는 향료로 이루어져 있다. 세타록스는 조향사 Romano Ricci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향료라고 언급했던 만큼, JHAG의 다른 향수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한 머스크나 앰버를 연상시키는 세타록스의 향은, 살냄새에 대한 동경을 그대로 표현해 낸 듯 은은하고 깔끔하다. 미니멀리즘과 소격효과를 동시에 표현해낸 Not a Perfume의 광고 이미지에서 느껴지듯이, 깨끗하고 신선한 향기가 단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나 향수 뿌렸어요!”하고 외치는 듯한 인위적인 향기에 질렸다면,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살 냄새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향이다. Not a Perfume은 향수가 아닌 향수, 순수한 향기 그 자체에 바치는 초상화이다.



21세기의 댄디 Gentle Woman


With Gentlewoman, I wanted to give women a dash of dandy.

 Modern, daring, I envy her freedom, her taste, her look.

—Romano Ricci

JHAG이 2015년에 내놓은 여성향수 Gentle Woman은, 이전까지의 로맨틱한 장미향을 과감하게 내던지고 진화된 여성상과 향기를 선보였다. 버가못, 네롤리, 오렌지 블라썸, 라벤더, 아몬드, 머스크, 우디 노트 등이 어우러져 약간은 파우더리한 향이 가미된 시트러스 코롱 같은 향조를 갖고 있다. 언뜻 여성 향수 같지 않은 Gentle Woman이 추구하는 여성상은 자유롭고 대담한, 21세기의 댄디(Dandy)라고 할 수 있다. 

댄디란, 우아한 복장과 세련된 몸가짐으로 대중에 대한 정신적 우월감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멋쟁이를 가리키는 말로서, 이러한 태도를 댄디즘이라 부른다. 또한 보들레르에 따르면 댄디는 "스스로 독창성을 이루고자 하는 열렬한 욕구"에 사로잡힌 "정신적 귀족주의자"이며, 댄디즘은 "퇴폐 가운데 빛나는 마지막 영웅주의의 섬광"이다. 로버트 그린은 그의 저서 <유혹의 기술>에서 유혹자의 9가지 유형 중 하나로 댄디를 설명한다. 댄디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자신의 외모 뿐만이 아니라 삶을 예술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JHAG의 줄리엣은 소녀를 넘어서고, 여성성을 무기처럼 휘두르다, 이제는 여성성에서 해방된 댄디가 될 차례라고 말한다. 어떤 성별에도 귀속되지 않는 시트러스 향을 중심으로 하는 향뿐만 아니라. Gentle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Man대신 Woman을 붙여 만들어낸 향수의 이름에서부터 댄디즘을 느낄 수 있다. 수트에 보타이를 맨 여성의 반항적인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포즈가 담긴 광고 이미지는 Gentle Woman이 추구하는 댄디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21세기의 젠틀한 댄디를 위한 향수 Gentle Woman은 앞으로 JHAG이 보여줄 여성상을 기대하게 만든다.


<참고>

네이버 문학비평용어사전, 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1.30, 국학자료원

로버트 그린, 「유혹의 기술」, 2001

Juliette Has a Gun 공식 홈페이지 http://juliettehasagun.com

http://fragranti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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