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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향기들

7월 중순의 향기

무자비하게 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낮의 태양은 시나몬 향기처럼 강렬하고 선명하다. 휴대용 선풍기로도 눅눅한 공기를 쫓아내기가 어렵다. 시원한 향기를 찾게 되는 날들이다. 차갑고, 가볍고 청량한 바람과 그늘을 닮은 향기를 찾고, 만들었다. 


1.
서양배의 달콤함과, 투명한 대나무의 청명함이 꽤 어울릴 것 같았다. 잔꽃들을 군데군데 배치하고, 여름의 풍경화를 그리듯이 향을 만들었다. 단순한 조합들로 이루어진 깔끔한 향기들이 요즘 끌린다. 머스크 대신 서늘한 모스로 마무리했다. 해가 끓고 땀이 떨어지는 여름이 아니라 환상 속의 맑은 여름풍경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버전의 "The Girl From Ipanema"와 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이름도 그렇게 붙였다. 여름에 달콤한 과일향을 풍기는 건 약간 민폐일지도 모르겠지만, 혼자 감상할 용도로 만든 향이라 그냥 만족스럽다. 

2.
요즘 흙내가 잘 맡아진다. 축축하고 신선한 흙냄새가 아니라 바싹 메마른 흙이 날리는 듯한 이 냄새는 쥐도 새도 모르게 "나쁨"으로 변한 미세먼지 탓일까?

3.
"Rochas Pour Homme"의 호쾌한 레몬향이 그리운 날이다. 높지만 날카롭지 않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확실한 향이 마음에 들었다. 산뜻한 셔츠와 새로 산 노트같은 느낌에 약간 푸른 기운이 어려있어서 좋았다. 

4.
요즘은 투명한 것이 끌린다. 향기도 투명하고 물기어린 느낌의 향이 좋고, 악세서리도 투명한 수정과 유리와 아크릴로 만들어진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방울을 닮은 것들을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물방울 모양의 귀걸이와 목걸이를 사고, 물방울 형태의 향수 바틀을 찾아본다. 여름의 열기에 뜨뜻미지근해진 물이 아니라 차고 고고하게 제 형태를 유지하는 물방울 같은 느낌의 향을 만들어보고 싶다. 

 

향기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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